티스토리 툴바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남녀 주인공이 이토록 밉상인 건 난생처음이다. 바로 불굴의 며느리 속 주인공인 문신우(박윤재)와 오영심(신애라)이야기다. 분명히 극 초반만 하더라도 종갓집 맏며느리로 10년 동안 헌신하며 살다 바람난 남편이 죽었음에도 시댁 식구들을 위해 일하고 열심히 사는 오영심과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젊고 능력 있는 총각 문신우의 사랑은 이 드라마를 인기 드라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며느리 오영심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갑자기 냉정하게 집을 나가라는 시어머니에게 당하면서도 끝까지 만월당에서 나가지 않으려 했을 때만 하더라도 분명히 필자는 오영심 편이었다. 갑자기 말을 바꾸는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가 야속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어느 순간부터 불굴의 며느리의 주인공은 오영심은 너무나 얄미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보통 다른 드라마를 보면 불굴의 며느리 속 오영심과 문신우와 비슷한 관계는 반드시 존재한다. 지난주 종영한 동 시간대 방영되었던 KBS 일일 연속극 '우리 집 여자들'만 보더라도 남자는 부잣집 자식이고 여자는 부모가 없는 고아다. 그런 그들이 회사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늘 그렇듯이 당연히 남자 쪽 부모는 둘의 교제를 죽자고 반대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거나 혼자 어디론가 떠나버린다거나 하는 가여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대부분 시청자 눈에 여자 주인공에게 너무 가혹하게 구는 남자 쪽 부모가 악역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불굴의 며느리를 보자면 과부인 오영심은 초반에 잠시 미혼남인 문신우가 고백을 했을 때 거절을 했지만, 일단 교제를 시작한 후부터는 조금도 거칠 것이 없다. 그저 문신우만 믿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 보면 문신우 부모도 허락을 할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극 중 문신우 아버지인 문세진(김용건)이 둘의 교제 사실을 알고 쇼핑호스트로 발탁하기로 했던 오영심을 지방으로 발령내려고 하자 회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앞에서는 착하고 정의로운 척은 다 하면서 단 한 부분도 자신은 양보하거나 희생하려고 하는 부분이 없다.

결국, 문신우 곁을 떠나려고 했던 이유도 자궁 쪽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하게 되면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유였지 도무지 문신우 쪽 부모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불여우 캐릭터다. 아니 불굴의 며느리의 주인공 오영심이 더 무서운 것은 겉은 지극히 착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밉상은 오영심 뿐만이 아니다. 바로 오영심을 열렬히 사랑하는 극 중 이제는 남편인 문신우도 마찬가지다.

불굴의 며느리 초반을 기억해보자면 문신우라는 역할은 분명히 매우 멋있었다. 형인 문진우(이훈)에 비해 공부 잘하고 능력 있어 아버지의 신임까지 받는 엘리트로서 얼굴까지 잘생겼다가 보니 그런 남자가 보잘것없는 연상의 과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멋있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문신우는 자신과 오영심의 사랑만을 생각할 뿐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받을 자신의 부모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오영심을 상대로 무턱대고 자신의 부모를 만나 인사를 하자는 둥 하더니 최근 불굴의 며느리를 보자면 정말 오영심과 쌍으로 가관이 따로 없다. 오영심이 회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할 때에도 회사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는 바보가 따로 없었고, 결혼을 할 때에도 자신의 부모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 생각만 하는 극 이기주의였다. 그리고는 끝내 부모를 이기고 결혼을 해서도 아기를 낳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 현명자가 알게 되어 몸져누웠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딱히 죄송해하지도 않고, 자기 어머니는 관심도 없다는듯이 오영심을 따라 만월당으로 가버리는 등 정말 아들로서는 최악의 불효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매사에 당당한지 처음엔 그렇게 멋있다고 느꼈던 문신우의 그 당당한 표정이 요즘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얄미워 보일 지경이다. 뼈 꼴 빠지게 돈 벌어 고생 안 시키고 유학까지 보내놨더니 웬 나이 많은 과부와 교제하고 결혼까지 한다는데 어떤 부모가 처음부터 그런 사실을 좋게 받아들일 수가 있나.

그런데 불굴의 며느리의 문신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부모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오영심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어리석은 남편이고 어리석은 아들이 따로 없다. 따지고 보면 오영심이 이토록 밉상 캐릭터인 것에 절반은 문신운의 철없는 행동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두 주인공을 이토록 비호감 캐릭터를 만든 것은 분명히 작가의 큰 실수다. 둘의 사랑을 보며 시청자가 공감을 하고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거늘 불굴의 며느리의 문신우와 오영심을 보면 안타깝기는 커녕 둘 다 얄미워서 반대하는 남자 주인공 부모 심정이 훨씬 더 와닿는다. 결국, 두 사람은 최근에 결혼에 골인을 했고 마지막엔 오영심이 임신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나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남녀 주인공이 쌍으로 비호감이었던 최초의 드라마로 기억될듯 하다.

Posted by 현미보리